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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멍멍냐옹

사랑이 낳은 비극 ‘애니멀 호더’

by 연쇄먹방범 202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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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뉴스

 

 

사람의 시각에서 동물을 바라보고 지배적으로 보아왔다면, 요즘에는 동물의 시각을 통해 바라보려는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동물권(동물의 생존권리)을 인정하고 동물의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태도는 동물복지의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동물복지에 힘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과 유대하는 반려동물의 질뿐 아니라 반려인의 삶을 질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지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일은 빈번하다. 그중 사랑이라는 이유로 둔감해 동물을 학대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도 있다.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동물과잉다두사육자)’는 동물을 잘 돌보는 것이 아닌 동물의 수를 늘리는데 집착하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의 관리능력을 넘어 동물을 과도하게 많이 사육하고, 키우던 동물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심한 정신적 압박을 느끼는 사람이다.

 

 

애니멀 호더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동물애호가라고 자부하며 동물에게 모든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하나의 동물학대 유형에 속한다.

 

 

애니멀 호더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생각해보아야 할 하나의 과제 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동물을 아끼는 동물애호가와 동물 삶의 질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애니멀 호더는 명백히 다르다.

 

 

그래서인지 예전 같으면 반려인 또는 주인 없이 거리를 떠도는 불쌍한 반려동물들을 눈에 띄는 대로 거둬서 돌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면 요즘엔 혹시 '애니멀 호더'인가 또는 ‘혹시?’ 하고 한 번 의심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과의 생활이 일상화한 현실에서 반려인과 애니멀 호더를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또 동물을 많이 키운다고 해서 다 애니멀 호더일까?

 

 

그건 아니다. 다가정 반려인과 애니멀 호더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자신의 능력치’에 있다. 애니멀 호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과잉사육으로 키우는 동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애니멀 호더의 손에서 키워진 동물을 구조해보면, 애니멀 호더 상당수가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동물들은 최소한의 사료만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그러다 보니 동물들은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면역력 결핍으로 쉽게 병에 걸린다. 당연히 아파도 동물병원을 찾아가기 힘들다.

 

 

또 좁은 공간에서 과밀사육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위생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애니멀 호더의 집을 보면 쓰레기장처럼 더러운 경우가 실제로 많다.

 

 

잘 돌보지 않아 위생상의 문제로 반려동물은 진드기나 기생충 감염, 각종 호흡기질환, 옴·파보·심장사상충·고양이에이즈 등 각종 전염병에 시달린다. 이것도 제때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했다고 해도 경제적 이유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고통 끝에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더 심각한 것은 병에 걸려 죽어도 잘 관리하지 않아 죽은 강아지를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가 모여 살면서 생기는 영역 다툼과 스트레스로 동물들에게서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구조된 이후에도 반려동물은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아울러 중성화수술을 해주지 않아, 잦은 출산을 하면서 개체 수가 마구잡이로 늘어나거나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출산 후 어미와 새끼 강아지가 모두 사망에 이르는 일도 다반사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도 사람도 함께 고통받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서게 된 것이다.

 

 

애니멀 호더가 더 큰 문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애니멀 호더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또 전문가들은 이들이 동물학대를 넘어 아동이나 노인학대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애니멀호더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학대와 방임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2년 132건에서 2017년 398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를 막기 위해 지난 18년도 발의됐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애니멀 호더’를 동물 학대로 규정했으며 처벌 또한 가능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개, 고양이 등 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 제공 등 사육 및 관리 의무를 위반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판단해 처벌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물질적 폭력만이 동물학대에 해당했지만,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였고 이에 맞춰 법도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애니멀 호더들은 동물과 떨어지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들을 설득해 피해 동물들을 구조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애니멀 호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매년 6000여 건 이상의 애니멀 호더 행위를 적발하는 미국에선 동물보호법을 통해 영양결핍, 스트레스 등 동물 복지에 관한 세부적 기준을 제시한 뒤 이를 어길 경우 법원 판결에 의해 키우는 동물을 강제 압류하고 동물 사육을 금지시킨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3마리 이상, 싱가포르와 호주에선 ‘반려동물등록제’를 통해 4마리 이상의 동물을 키울 경우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 법적으로 제지할 수 없다. 동물등록을 해야 하지만 동물등록을 어긴다고 해도 강제로 사육을 못 하게 할 근거도 없다. 애니멀 호더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동안 버려진 유기견만 9만여 마리라고 한다. 애니멀 호더도 문제지만 동물을 생산과 소비라는 일종의 자본주의적 논리로 접근했기 때문에, 한 생명을 길거리에 버리는 행위는 너무나 쉬은 일이다.

 

 

생명을 파고 사는 경제활동과 “아 너무 귀여워"하는 식의 충동적 감정이 소비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자. 충동적 소비는 결과적으로 책임의 무능으로 이어져 한해 유기견만 9만여 마리를 양상 해 냈다.

 

 

이렇게 내몰린 유기견을 “아 너무 불쌍해" 하는 식의 감정으로 접근하는 것 역시 하나의 애니멀 호더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도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동물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동물들을 쉽게 포기하거나 방치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왜곡된 사랑이 낳은 비극의 시초는 사람들의 욕망에 있다. 사람들의 욕망은 소비산업의 욕망으로 이어져 동물학대라는 결과를 만들었지만 그 책임은 다시 사람이 지어야 함이 명확하다. 사람과 동물은 유대하고 공존하며 살 수밖에 없어, 동물 복지의 끝은 사람의 복지이다.

 

 

애니멀 호더, 유기견을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적 대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 발생을 없애기 위해선 제도의 도입과 시민들의 교육 역시도 꼭 필요하다. 동물을 사랑한다면, 충동이 아니라 음지에서 꺼져가는 생명들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우리 사회가 진중하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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